'해변의 카프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많은 다른 문학작품들 속에 핵심 단어 또는 주제로 빈번히 등장하는 카프카의 작품 중 대표작이다. 주제, 구성, 줄거리 모두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난해한 소설이며 미완의 느낌마저 준다.
◆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대단히 난해하며 수많은 방법으로 해석될 수 있는 책이지만 거듭 읽다보면 거듭 새롭게 느껴지는 명작이다.
'심판'은 난해하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것인지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나름대로 의미를 찾아냈다 싶어도 곧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이는 배경이 비현실적이거나 분위기가 몽환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에서 벌어지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상황 때문이다.
큰 줄거리는 그리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은행에서 근무하는 주인공 요셉은 어느날 갑자기 체포를 당한다. 그는 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변호사, 화가, 상인, 신부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 조언을 구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제대로 된 변호 한 번 하지 못하고 매우 야만적인 방법으로 처형당한다.
작품을 끝까지 읽어도 주인공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알 수가 없다. 그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만 그 대화는 매우 길고 이해하기 어려울 뿐 사실상 그의 변호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뜬금없이 여성들과의 사랑 이야기가 등장하는가하면 어떤 장은 미완성인채로 남아있다. 주인공이 사형인지 살해인지를 당하고 작품이 역시나 난해하고 다소 허무하게 끝나는가 싶더니 또 이야기가 남아있다. 시점의 변화를 이용한 일종의 반전적 구성인가 싶어서 열심히 읽어보아도 여전히 무슨 뜻인지 명확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작품의 초중반부에는 요셉을 체포하러 온 사람들의 외모와 행동이 대단히 이상한 사람들로 묘사되고 요셉의 죄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등, 마치 요셉이 무죄이고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이는 작품이 대체적으로 요셉의 입장에서 서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느샌가 요셉은 독백이 아니라 대화에서 그의 유죄를 당연하다는 듯이 인정하고 있다. 그 자신은 끊임없이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지만 그는 정말로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형을 당할 정도로 큰 죄를 저지른 것이고 유죄라는 사실 자체는 그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우리가 큰 잘못을 저지르면 그 잘못을 직시하여 죄책감을 느끼고 반성하며 타인에게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숨기려 하고 자신을 잘못이 없다며 타인은 물론이고 스스로마저 속이려는 성향과 같다. 그는 자신의 죄와 그에 따른 벌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인에게 의지하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다. 결국 그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심판을 받고 만다.
그가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맞이하는 '개같은 죽음'도 그가 끝까지 자기 자신의 죄를 직시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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