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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문학]빅픽쳐 - 현대인의 이중성과 비극

by 땔나무 2013.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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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출판사
밝은세상 | 2010-06-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 책장을 넘길수록 마지막 페이지가 다가오는 게 두렵다!-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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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쳐 줄거리. 결말. 리뷰

 

3월 5주 <반디 & View 어워드> 선정

 

 

  출판된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소설이다. 초반 전개는 다소 진부하다. 주인공 벤은 월가의 변호사로 고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사진가를 꿈꿔왔다. 하지만 당장 생계에 필요한 소득, 사회적 평판, 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호사로서의 일을 계속한다. 그의 아내 베스 역시 소설가라는 꿈을 포기했으며 두 사람의 사이는 파탄 직전까지 치닫는다. 일과 가정 모두에서 스트레스를 받던 벤은 평소 그가 혐오하던 삼류 사진가 게리와 베스가 불륜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벤이 우발적으로 게리의 머리를 술병으로 내리쳐 살해하면서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튀어나가기 시작한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만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1. 현대인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

 

  아마도 넓은 시야에서 봤을 땐 벤의 고뇌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상 돈과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기 매우 힘들며 대부분이 그 때문에 원하지 않는 직업을 버리지 못한다. 간혹 벤처럼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면, 취직이 되면 하고 싶었던 일을 해야겠다고 계획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바라던 일만 하며 살아간다는 꿈은 멀어진다. 이런면에서 벤과 베스는 공통의 상실감을 공유하지만 불행히도 둘의 결혼 생활은 연민보다는 대립으로 나아간다.

 

 

2. 현대인의 실상과 이중성

 

  벤과 베스는 제3자의 시선으로 볼 때는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직업과 고소득을 누리며, 아이 둘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 벤과 베스 모두는 잃어버린 꿈 때문에 몹시 괴로워하고 서로를 원망하기도 하며, 벤은 끊임없이 아내와 대화를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그는 베스의 지갑과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또 다른 주요 등장인물인 게리는 자신이 유망한 사진가라며 떠벌리기를 좋아하는 허풍쟁이이지만 실상은 무명 잡지에서도 일을 거절당하는 삼류 사진가다. 사진을 통한 수입은 매우 낮으며 상속 받은 신탁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또 주목할만한 인물은 게리 행세를 하게 된 벤이 마운틴폴스에서 만나게 되는 칼럼니스트인데, 그는 주정뱅이이긴 하나 뛰어난 글솜씨를 가졌고 벤에게 친근하게 접근하여 왜 솔직해지지 못하냐며 비난한다. 하지만 그는 벤의 약점을 알게되자 치밀하게 면밀하게 조사한 끝에 벤의 과거를 모두 알게되고, 이를 바탕으로 파산한 자신을 도와달라며 벤을 협박한다. 마치 자신은 진솔한 사람인 양 행세했지만 사실은 그도 돈 앞에선 한없이 교활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3. 벤은 신뢰할만한 서술자인가?

 

  빅픽쳐는 벤이라는 1인칭 서술자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과연 벤의 모든 서술과 생각은 믿을만한 것일까? 기본적으로는 그렇다고 할 수 있으나, 우리는 이 시점의 특성 때문에 벤에게 우호적인 생각과 그를 넘어 동정심과 연민마저 느끼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선 벤과 베스의 불화를 생각해보면 벤에게도 기본적으로 성격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앤은 베스로부터 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절대로 그런 남자(벤)와는 결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느꼈음을 밝힌다. 벤의 시점에서 봤을 때 그는 나름대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로 보이지만, 베스의 시각에서 봤을 땐 또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이다. 게리를 우발적으로 살해한다거나, 갤러리에서 베스와의 재회 직전 과음하고 도망친 점이나, 앤과의 결혼 생활 중에도 느닷없이 가출을 하는 등 그의 성격에는 충동적인 면이 다분하며 중요한 문제를 회피하려는 자세가 보인다.

 

 

4. 선악

 

  벤은 게리를 참혹하게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시체를 자르고 냉동시키고 폭파시켰으며 신분 위조도 2회나 한다. 자신을 아버지처럼 돌봐준 로펌의 상사들에겐 어떤 직접적인 배려도 보내지 않는다. 자신의 옆에서 운전중이던 칼럼니스트가 사망했음에도 휴가를 간다고 서류를 위조해서 살아난다. 벤의 이기성은 섬뜩할 정도다. 가만히 살펴보면 그의 죄악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베스는 불륜을 저지르고도 부유한 자산가와 결혼해서는 뻔뻔하게도 게리가 있는 갤러리에 새 남편과 함께 등장한다. 앤은 벤의 끔찍한 과거를 알고도 그의 죄를 묵인한다. 물론 현대 소설에서 선악을 단순히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나, 빅픽쳐의 주요 등장 인물들은 지극히 이기적이며 자신의 죄에 대한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

 

 

5. 예술의 허구성

 

  벤은 신분이 여러번 바뀌지만 결국 그가 찍은 사진들은 모두 같은 실력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 시절 그의 사진은 철저히 무시당한 반면 마운틴폴스에서 찍은 사진은 엄청나게 유명해져 끝없는 찬사를 받게 된다. 화재 사고라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그 차이는 너무나 크다. 반면 앤과의 결혼 생활 이후로 찍은 사진은 또다시 모든 언론사에서 퇴짜를 맞는다. 작가가 결말에도 사진가로서 벤의 실패를 끼워넣은 것은 이러한 예술의 허구성에 대해 지적하고 싶었을 가능성이 높다.

 

 

6. 빅픽쳐 결말

 

  빅픽쳐의 결말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우선 벤이 그동안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결국 살아남은 벤은 이후로도 그에게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지극히 이기적이고 주관적인 시점에서 대처할 것임을 보여준다. 앤과 벤은 그토록 바라던 둘만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으나, 앤은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고 밴은 사진사는 물론이고 변호사로서도 어떤 인정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벤의 갑작스런 가출은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결국 이전의 벤과 베스의 결혼 생활과 유사한 문제에 또다시 직면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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