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번역된 제목은 책 내용과 약간의 괴리가 있다. 원제 'The Elusive Quest for Growth'에서 elusive는 손에 잡힐듯 하지만 잡히지 않는 상황을 뜻한다. 현실 경제에 있어 성장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 만큼 많은 연구가 있었으나 아직 그 핵심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뜻이다.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 이것은 상당히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제다. 저자는 바로 이 과제를 다루고자 하며 특히 빈국의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그동안 빈국을 대상으로 행해진 투자 원조, 인구 통제, 교육 정책, 부채 탕감 등의 각종 지원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 면밀히 분석하며 풍부하고 구체적인 통계 자료를 제시한다. 그리고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사람들은 유인 체계에 반응한다'로 돌아가 이를 바탕으로 빈국 개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제안한다.
특히 흥미로운 분석은 '빈국의 부패한 관리들은 경제 성장에 대한 유인이 없을 수 있다'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아무리 부패한 관리라 해도 가난한 나라보다는 부유한 나라에서 강탈할 재화가 더 많으니 경제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저자의 예시를 보면 현실은 다를 수 있다. 만약 우리집 근처에 내가 소유한 밭이 있다면 나는 신중하게 작물을 심고 수확하며 토지를 관리할 것이다. 단기간에 너무 잦은 수확을 하면 장기적으로는 토지의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옆집에 있는 사람과 그 밭을 공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나와 이웃사람은 밭에 최대한 많은 작물을 심고 최대한 자주 수확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이는 나와 이웃사람의 도덕심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지극히 합리적으로 행동했지만 결국 토지의 총생산성은 급격히 하락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공유지의 비극'의 전형적인 예이다. 빈국의 부패한 관리들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성장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 챙기기 위해 국가의 미래는 생각하지도 않고 극심한 강탈을 일삼는 것이다.
이 책은 빈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 뿐만 아니라 또다른 중요한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넓은 관점에서 보면 저자의 주장은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명저 '총, 균, 쇠'와도 상통한다. 빈국이 선진국으로부터의 수많은 경제 지원을 받고도 성장하지 못한 것은 환경적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빈국 경제성장의 과제를 해결하는 한가지 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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