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800만가지 죽는 방법 - 800만명의 사람들과 800만가지의 고독

800만 가지 죽는 방법 -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황금가지

◆ 책 이미지 출처 : 알라딘


◆ 어떤 책인가?

- 1992년 애드거 상 최우수 장편 소설 상
- 애드거 상과 셰이머스 상 각각 네 번 수상
- 1994년 미국 추리 작가 협회 그랜드 마스터 상
- 2004년 영국 추리 작가 협회 다이아몬드 카르티에 대거

  위와 같은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로렌스 블록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순수 문학 같기도 하고 추리 소설 같기도 하고 하드보일드 물 같기도 하지만 하드보일드적 성격이 가장 강해 보이는 작품이다.


◆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500페이지에 달하는 긴 분량을 지루함 없이 풀어냈다. 작품 자체의 무게는 무겁지 않으나 글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식상한 사건 전개와 그 해결이 단점이다. 대다수의 소설들이 그렇긴 하지만 전형적인 한 번 읽고 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800만 명의 사람들과 800만 가지의 죽음
 
  경찰에 근무하던 시절 한발의 실수가 매트의 인생을 바꿔놓았고 그를 알콜중독자로 만들었다. 800만명이 사는 도시에서는 매일같이 800만 가지 중의 몇가지의 죽음이 발생한다. 그것들은 죽음이라기엔 너무 가볍고 담담하게 거론되거나 아예 무시당한다. 하지만 그 죽음들은 누군가에게는 단지 800만 가지의 죽음 중 하나일지는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800만 명의 죽음 이상의 무게를 갖는 것들이다. 매트는 800만 명의 사람들과 800만 가지의 죽음을 보고 그 중 아주 무거운 죽음 하나를 자신이 초래했다는 죄책감에 풀 길 없는 고독을 느끼고 술을 마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계속되는 상실

  매트는 그에게 일을 의뢰한 창녀 킴을 보고 그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호감을 갖게 된다. 일은 훌륭히 처리되었고 둘은 사랑을 나눈다. 하루가 지난 뒤 매트는 그녀에게 전화를 할지 안할지 고민하다가 킴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죽음도 결국 신문에 매일같이 오르는 800만가지의 죽는 방법 중 하나일텐데 왜 그리도 가슴이 아픈 것인가. 괴롭고 고독해도 그는 그저 남의 이야기처럼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일을 한다.

끝나지 않는 도시속의 고독

  독자가 보기에는 거의 백지처럼 단서가 적은 상황에서 그는 킴에 대해 묘사한 시까지 철저히 분석하며 사건을 조금씩 밝혀간다. 조금이라도 사건과 연관된 사람이라면 모두 만나고 조사한다. 결국 그는 킴을 비롯한 창녀들을 죽인 범인을 직접 죽이고 사건은 해결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혼한 독신남이고 호감을 가졌던 여자는 죽었다. 어느새 친구가 된 챈스를 만나지만 고독은 풀리지 않는다. 다시 금주 모임에 간 그는 자신이 알콜중독자임을 인정하고, 그동안 쌓여온 온갖 상실감과 고독감과 괴로움 때문에 울음을 터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