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미텐메츠는 대부 단첼로트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대부가 극찬했으나 그 자신은 별로 믿지 않았던 글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그는 그 글을 읽으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느낀다. 그 글은 현존하는 최고의 문학 작품으로 읽는 사람을 완전히 몰입시키며 온갖 감정들을 느끼게 하는 마력을 가진 글이었다. 그는 대부의 유언에 따라 그 글의 작가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가 도착한 곳은 '꿈꾸는 책들의 도시'부흐하임이다. 그곳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낙원같은 곳으로 세상의 온갖 책들이 모여있고,작가와 독자와 비평가가 모여있으며 작품 낭독회와 음악회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단첼로트는 낙원과 같은 그 도시에서 책의 향기에 취해 지내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 마력이 담긴 글이 단순한 글 이상의 존재임을 직감하게 되는데...
'꿈꾸는 책들의 도시'의 두 페이지는 위와 같은 글씨로 빼곡히 차 있다. 미텐메츠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작가가 고안한 놀라운 기법이다. 이처럼 이 소설은 공룡 미텐메츠를 따라 떠나는, 아니 공룡 미텐메츠가 되어 떠나는 환상적인 여행이다. 작가는 마법과 같은 상상력으로 작품 전체를 신비롭게 만들어놓았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책을 위한 도시 부흐하임부터 시작해서 황금 목록에 수록된 귀중한 책들을 찾아 싸우는 책 사냥꾼, 지하 세계의 지배자 그림자 제왕, 책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부흐링 같은것들로 말이다. 동화같은 삽화들은 독자로 하여금 작품속의 환상세계를 더 구체적으로, 하지만 지나치게 구체적이지는 않게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이야기에는 수많은, 그리고 너무나 독특한 존재들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그림자 제왕의 모습이 가장 인상깊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작가로 칭송받을 수 있었으나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곳으로 쫓겨난 인간. 그의 광기와 괴팍함과 장난스러움과 독특한 인간다움에서 그의 길고도 고독한 세월의 그림자가 느껴졌다.
즐거움과 유쾌함에서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이 책은 책과 사람과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글을 쓰고도 비참한 존재가 되어버린 그림자 제왕, 돈으로 책과 도시를 지배하는 스마이크, 돈을 받고 음악을 세뇌에 사용하는 악단, 감정에 치우친 독설을 내뱉는 비평가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 환상적인 이야기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을 읽으며 상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책은 꿈과 상상하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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