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평전]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 가난이 유물이 되는 세상을 바라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 무하마드 유누스 외 지음, 정재곤 옮김/세상사람들의책

◆ 책 이미지 출처 : 알라딘


◆ 어떤 책인가?

  1976년 마을 여성들에게의 소액 대출을 시작으로 전세계적인 빈민 자립에 기여한 무하마드 유누스의 자서전이다. 개인사, 그라민 은행과 설립자인 저자의 경제 철학, 그라민 은행의 역사와 운영법 등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다.


◆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이 책은 자서전이기도 하지만 사회과학 도서이기도 하며 그라민 은행의 시작과 운영에서 상당히 배울 점이 많다. 그러나 여느 자서전처럼 자기합리화와 자기미화가 가미되어 있다. 어쨌든 구입해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라민 은행의 획기적인 신념과 철학, 그리고 경영 방식은 수많은 생각할거리를 제공해준다. 인간의 대한 신뢰에서부터 시작하는 그라민 은행의 모습은 '가난한 사람들은 자립 능력이 떨어진다', '가난한 사람들의 자립을 위해서는 직업 교육이 필요하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본이 있어도 잘 활용하지 못할 것이다'와 같은 나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던 편견과 선입관을 깨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가장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은 과연 그라민 은행의 대출 방식이 과연 중진국이나 선진국에도 적용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방글라데시와 같은 국가의 빈민들은 소액의 돈으로도 자립이 가능하다. 가난 구제의 사례들을 보니 대출금으로 사채를 갚아 새로 시작하거나 음식을 만들어 팔거나 씨앗을 사서 농사를 짓는 식이었다. 그러나 고도로 산업화ㆍ정보화된 사회에서는 소액으로 가난을 벗어나기가 더 힘들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그라민 은행의 1990년대 대출금액인 15달러의 20배를 준다한들 가난을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책을 자세히 읽어보니 발전 정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대출금을 더 늘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고 내 예상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도 빈민들이 자립에 성공하고 있었다. 게다가 별도의 직업 교육이 없이 자본만 주어지면 절대 다수의 빈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한다는 점이 더욱 놀라웠다.

  그라민 은행의 사업은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는데 기여했기에 설립자인 무하마드 유누스는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사실상 빈민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단순한 적선과 기부를 비판한다. 자립할 수 없는 사람은 계속해서 기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빈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과 인간의 가능성에 좀 더 주목하라고 말한다.

  그라민 은행의 최초의 구제 사례를 보면서 약간의 전율마저 일었다. 이제 뉴욕에도 진출한 그라민 은행이 지금까지와 같은 성공을 거두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삶을 누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열린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