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향수 -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향수 (양장) -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열린책들

◆ 책 이미지 출처 : 알라딘


◆ 어떤 책인가?

  1,500만부라는 엄청난 판매부수를 자랑하며 영화로도 흥행에 성공한 향수. 이는 1700년대 유럽을 배경으로 한 비상한 후각을 가진 주인공 그르누이의 이야기이다. 그는 그 자신의 몸에선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지만 세상의 모든 냄새를 완벽하고 세밀하게 구분하고 기억할 수 있는 천재이다. 그는 그런 재능을 이용해 마력이 담긴 향수를 만들기 시작한다


◆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소재부터가 흥미롭고 묘사도 잘되어있어 쉽게 읽힌다. 글로는 느끼기 힘든 냄새라는 소재를 잘 묘사해냈고 문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읽어볼만하다. 그러나 글의 분위기가 상당히 음울해서 접하기가 꺼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범인이 공감하기 어려운 존재가 천재이고 그르누이가 바로 그렇다. 그는 모든 것을 냄새로 감지한다. 미녀의 아름다운 얼굴과 벌거벗은 몸이 아닌 그 몸에서 나는 향기만이 그의 관심을 끄는 요소이다. 그는 사람의 냄새가 없는 곳에서 얼어붙은 박쥐를 먹고 살면서도 냄새를 통해 행복을 느낀다. 그런 행복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그에게서 섬찟함을 넘어 어떤 원초적인 순수함마저 느껴졌다.

  그르누이는 살인을 저지르고 그것을 숨기려 하지도 않으며 당당하다. 사람들은 그를 살인자니까 죽여야한다면서, 살인은 악이라고 떠들면서도 그의 사형집행을 재미있는 볼거리로 여긴다. 위기의 순간 그르누이는 그를 둘러싼 인간들의 모든 껍데기를 벗겨버리고 본능만을 남게 한다. 너무도 강렬한 향기, 너무도 강렬한 본능 앞에서 사람들의 이성은 너무나도 쉽게 무력화된다. 그렇게 그는 인간들을 차갑게 비웃는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울하다. 주인공부터가 음울하고 잔혹하며 그의 흔적에는 항상 재앙이 찾아온다. 향수의 굴복한 인간들은 동물적 본능을 서슴없이 드러내고 결국 주인공 그르누이조차 자신의 향수에 의해 끔찍하게 찢겨버린다. 그러나 '향수'는 단순한 염세소설은 아니다. 인간의 어디까지가 껍데기이고 어디까지가 알맹이이며, 무엇이 이성이고 무엇이 본성인지에 대해서, 또한 선과 악이라는 애매한 이분법적 사고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만드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