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는 다르게 비참한 신세계를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고도로 과학이 발달했으나 그것이 부적합하게 이용되고 있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서 나타내고 있다.
◆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타임즈 선정 20세기 도서 100선'에도 선정된 바 있는 명작 풍자소설이다. 내용이 쉽지는 않지만 크게 어렵지도 않고 미래 사회를 그려냈기에 흥미로운 면이 많아 재미도 있다.
모든 인간이 태어나는게 아니라 만들어지고 훈련과 세뇌를 통해 계급화되어 각자의 신분에 맞게 살아가는 사회. 모든 인간이 모든 인간의 연인이며 결혼과 사랑은 없고 육체적 교미만 남은 사회. 책과 음악을 비롯한 문화는 사라지고 촉감영화와 성호르몬제만 남은 사회. 이런 사회에서 무슨 즐거움으로 살아가는가? 살아갈 수 있다. 마음이 아프고 혼란스럽다면 소마 1mg만 복용하면 만사해결이다.
이처럼 '멋진 신세계'에는 제목과는 정반대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가 사라진 비참한 사회가 그려져있다. 이 사회의 인간들은 너무나도 철저하게 훈련되고 세뇌되었기에 자신들의 삶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토록 발전한 과학 문명도 완벽하게 정형화된 사회를 만들수는 없었던 것인지 기존 체계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들에 의해 훨씬 더 인간다운 인간 - 비록 멋진 신세계의 인간들은 미개하고 비천하다고 생각한다해도 - 들이 멋진 신세계에 소개된다.
그러나 반발자들의 반발과 그들이 일으킨 사회적 파장도 결국 기존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자신들의 불만과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곧 드러나고 '미개인'은 구경거리, 전시품처럼 취급받는다. 그리고 한 여성이 그토록 철저한 제도와 소마를 비롯한 약물에도 불구하고 인간 본연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르게 과학의 발전이 역사의 진보를 가져오고 인류를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맹신을 갖고 있다. '멋진 신세계'는 이런 맹신하에 인간의 의식을 지나치게 앞지른 과학이 가져오는 비극과 그런 과학을 소수의 지배층들이 악용하는 사회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과연 과학이 발전이 무조건 인간의 행복을 가져오는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멋진 신세계'의 인간들은 배부른 돼지와도 같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들은 충분히 채우고 있지만 그 이상의 것들은 누리지 못한다. 고급 문화는 전혀 누리지 못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라곤 찾아볼수가 없다.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수 있도록 훈련받아 어린 아이들이 죽어가는 사람을 보며 웃고 장난을 친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이들이 철저한 통제에 의해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무엇인지 아예 알 수도 없다는 것이다.
작품의 마지막에서 '미개인'중의 하나인 존이 문명을 벗어나서 홀로 살아가려고 하지만 여러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멋진 신세계'에서 만났던 레니나를 잊지 못해 괴로워한다. 그리고 '멋진 신세계'의 사람들은 존을 구경하러와서는 먹이를 던져주고 사진을 찍어댄다. 결국 존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다. 이미 한두사람의 힘으로 사회를 바꾸기엔 너무 늦어버렸고, 그렇다고 홀로 셰익스피어를 읽으며 살아갈수도 없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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