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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문학]용의자 X의 헌신 - X가 바라는 미래는...

by 땔나무 2008.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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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현대문학

◆ 어떤 책인가?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에 빛나는 추리 소설. 5년 전에 남편과 이혼한 뒤 어린 딸을 데리고 사는 야스코. 넉넉하진 못해도 그럭저럭 살아가던 모녀의 집에 옛 남편이 찾아온다. 거친 태도로 재혼을 요구하는 남편으로 인해 발생한 싸움은 모녀의 우발적 살인으로 이어지고 만다. 그런데 망연자실해하던 모녀의 방문을 한 남자가 두드린다. 그는 야스코의 바로 옆집에 사는 수학교사 이시가미. 오래전부터 야스코를 흠모해온 그는 그녀를 위해 완전범죄를 시도하는데...


◆ 리뷰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랑'에 '진정한 사랑'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곤 한다. 이시가미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사랑하는 야스코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또한 그는 야스코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그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그것을 바라고 축복해준다.
  하지만 책장을 덮으면서도 별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왜일까. 이 소설은 애초부터 '범인이 누구인가?'를 통한 반전과 재미는 포기했다. 범인은 이미 야스코와 이시가미로 확정되어 있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형사 구사나기, 이시가미의 옛 친구인 유가와, 야스코의 옛 고객 구도 등이 등장하지만 범행과 관련이 없음은 자명하다. 따라서 이야기는 다소 긴장감이 없이 흘러간다. 초반부에서 이시가미의 천재성을 워낙 강조해둔 덕택에 그가 허무한 실수를 했을수도 있다는 예측도 생기지 않는다.
  결말 부분에서 트릭의 진실이 드러나지만 그리 신선한 느낌을 주진 못한다. 이시가미가 야스코를 사랑하게 된 진정한 이유도 공감하기 어렵고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녀를 사랑할 이유로는 부족하게 느껴진다.
  소설의 결말에선 허무하게도 야스코가 자수를 했음이 드러나는데 역시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이시가미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며 타인을 속여온 야스코가 갑작스런 심경의 변화를 통해 자수한다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졌다.
  결국 마지막의 어이없는 반전으로 인해 졸지에 이시가미는 의미없는 살인을 한 범죄자, 야스코는 거짓말쟁이이자 살인자, 유가와는 신의 없는 인물이 되어버리며 이야기는 끝난다. 적어도 억지로 불행한 결말을 만들지만 않았어도 이 소설은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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